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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는 화만 내는 사람이었어
분류없음 |
2010/05/2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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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묻는다 연탄재를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안도현 「외롭고 높고 쓸쓸한」 문학동네, 1994
시를 쓴다는 것 시를 쓴다는 것은 동지섣달 이른 새벽 관절이 부어 오른 손으로 하얀 쌀 씻어 내리시던 엄마 기억하는 일이다 소한의 얼음 두께 녹이며 군불 지피시던 아버지 손등의 굵은 힘줄 기억해내는 일이다
시를 쓴다는 것은 깊은 밤 잠 깨어 홀로임에 울어보는 무너져 가는 마음의 기둥 꼿꼿이 세우려 참하고 단단한 주춧돌 하나 만드는 일이다 허허한 창 모서리 혼신의 힘으로 버틴 밤새워 흔들리는 그 것, 잠재우는 일이다
시를 쓴다는 것은 퍼내고 퍼내어도 자꾸만 차 오르는 이끼 낀 물 아낌없이 비워내는 일이다 무성한 나뭇가지를 지나 그 것, 그 쬐끄만한 물푸레 나뭇잎 만지는 여백의 숲 하나 만드는 일이다
-조영혜
십일월 당신의 등에선 늘 쓰르라미 소리가 나네
당신과 입술을 나누는 가을 내내 쓰르라미 날개를 부비며 살고 있네 귀뚤귀뚤 나도 울고 싶어지게 쓰르람쓰르람 눈부비며 살고 있네 이제껏 붉던 입술은 낡은 콘크리트 벽안의 박제 된 낙엽처럼 바시시바시시 떨고 있네 지난 여름 손톱에 핀 봉선화 져 가도록 당신의 등에서 자꾸 쓰르라미가 울고 귀뚤귀뚤 나도 따라 먹먹해져서 당신과 포개어 가만히 누워 보고 싶네
-조영혜
장미 가시의 이유 날 훔치려 말아요 내 안의 가시 온 몸 소름으로 돋는 날 더딘 맥으로 밀어내는 저 대궁의 우울 자결을 꿈꾸는 검붉은 미소 보아요 내민 손 거두어 주세요 수레바퀴는 구르기만 하던 걸요
어여쁘단 말로 꺾으려 하지 말아요 아프단 말 대신 자꾸 키워지는 가시 붉은 입술을 지켜야 하는 필사의 무기 소리 없는 눈물 그건, 무던히도 견디어 준 인내의 꽃 모르나요 겹겹의 붉은 물결이 잠시 흔들리는 것은 단지 내 안의 오월 탓이란 걸 이젠 정말 비가와도 가지려 하지 말아요 수레바퀴는 그냥 구르기만 해요
-조영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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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illy
2010/05/24 17:08
2010/05/2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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