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산만한 덩치가 들어와 쌍욕을 하며 테이블을 엎고 유리병을 던지는둥 소란을 피웠다. 응급실에서야 하루가 멀다고 의정부, 노원, 창동, 미아리의 조폭들이 영화같은 장면을 보인다고는 하지만 벌건 아침의 치과 외래에서. 덩치는 급기야 곁에 서있던 같은 연차 선생님을 주먹질해 붕띄워버렸다! 자기 이빨 아프다고 초면의 인간을 때릴 수가 있는가!라는 경악할 의문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지만 침묵과 함께 공기중으로 흩어져버렸다. 희한하게도 누군가를 때려눕히고는 흥분이 가라앉았는지, '치료끝나면 보자 개세끼'하더니만 과연 마취로 통증이 완화되었는지 돌연 과장님을 찾아 사과의 몇마디를 하더니만 아까의 선생님을 찾았다. 얼결의 악수마저 이루어지고 그자는 불려온 안전국장과 어깨동무를 하며 사라졌다.
문이 닫힌 후 다섯을 센 사람들의 입에서 '야 의사가 환자랑 싸우면 의사만 손핸거야'라는 말과 저게 미쳤다, 개다 등의 본과적 영역 외의 진단이 마구 내려졌다. 저녁의 보신탕 집에서의 회식에서 그자는 폭력 사태에 대비한 병원 연계 조폭이라는 것의 부두목쯤 된다느니, 전직 복서인 안전국장의 친구라느니 하는 얘기가 나왔다. 어제는 어떤 할머니가 야매한테가서 이할 예정인데 여기가 원인으로 아픈 것같으니 씌운 것 벗겨봐 아가씨하는 바람에 일단 아가씨라뇨 남자의사한텐 아저씨라고 하나요라고 짐짓 말해도 아가씨 왜이래라는 통에 결국 나도 완전 땍땍거리게됐다. 하여간 할머니는 사진찍고 아무리 봐도 원인치가 그게 아니고 벗겨내도 이렇게저렇게 해야..고 설명했지만 한마디도 듣지 않고 벗겨내달라고 막무가내인 '것이었다' 레코드가게 아가씨는 구린판 고르면 안판다고 거부할 자유가 있는데 치과의 아가씨는 진료거부를 할 수 없어 퉁퉁거리며 성심껏 금속이빨을 가루로 만들어 벗겨냈다.
그 할머니가 천하의 불쌍한 이할 돈도 없는 할머니일 수도 있지만, 할머니 생각에 보철 수가가 말도 안되게 비쌀 수도 있지만 그런 매너의 할머니로 형성되기까지에는 가난하건 부자이건 배웠건 못배웠건 간에 어떤..뭔가..의 부족함 그놈의 '결핍''황폐'가 더 큰 작용을 했을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이런 사람에 대한 근본적인 의심은 점점 나같은 애를 어둠으로 끌고갈 뿐이건만 자꾸 왜 이런 생각이 든다 주중엔 진료 회식 숙제 주말엔 각종 대형 세미나 일주일에 한번 응급실..이러고 나면 미래를 준비하러 왔는지 어둡게 하러 왔는지가 헷갈릴 정도다. 아침에는 잠밖에 안떠오르고 밤에는 뭔가 기분 좋게 할 것을 찾아 헤매느라 잘 수가 없다. 왜이렇게 약하지! 티비를 보면 어떤 자동차 디자이너는 남자친구도 안만나며 일에 몰두하나본데 난 남자친구 만나면 일을 관둘 것만 같다. 왜이렇게 철이 없지! 할줄아는 건 이것뿐인데 일하고 싶어도 못하게 된다던지 해야 알려나?
그런 와중에 치과는 너무 남겨먹는다던지 위생에 쓸 돈도 아껴먹으려고 한다던지 하는 얘기를 들으면 화난다. 친한 친구들마저 치과는 아프니께 싫어 하는 얘기를 들으면 너 싫어하는 것처럼 들리기까지..미쳐가고 있나?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는 상관없이 자기는 100원 갖는데 그 사람은 300원 갖는다는 이유만으로 자기의 모든 울화를 그사람에게 쏟아붓는 경향이 있는 것같다. 그것도 익명으로..하지만 건치신문이니 하는 데 실린 치과의사들의 글을 읽으면 나쁜의미의 또라이같은 사람들이 대학교 1학년생의 일기만도 못한 글을 에세이랍시고 써대며 자기자랑을 늘어놓는 것을 보면 너무너무너무 우울해진다. 그리고 나도 바로 그렇게 보이는 것일까 심각하게 고민이 된다. 솜털같은 음악, 감탄하다가 다른 걸 잊어버릴만한 음악이 필요하다. |